해외생활 5

Epilog - 펑하고 터진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여행의 끝... 그리고 그 이후] 2012년 겨울 나는 한 겨울의 종로 시내를 어두운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허름한 건물들을 온갖 상가들이 채우고 서 있었고, 왼쪽 편에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얀 토끼처럼 시간에 쫓긴 채 8차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선임은 동화에 나오는 애벌레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면 이내 본인의 성격을 드러내었고, 그 보다 더 직급 높은 상사들은 미친 모자장수처럼 이상한 요구와 질문들로 나를 당황하게 하곤 했다. 큰 고층 회사 속 사회에는 하트 여왕도, 체셔 고양이도 또한 트럼프 병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바쁜 사람들의 도시에서 나는 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처럼 어리둥절해 있었다. 이해나 적응을 해보려 노력할수록 나는 점점 더 미궁에..

독일 견문록 2023.03.30

11 - 생일이 뭐 별건가

[독일에서 맞은 스물세번째 생일]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기 전 6월 초의 어느 오후 나는 기숙사 방안 창가에 앉아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창 밖에는 여름이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길어진 여름 해와 함께 두 기숙사 건물 사이에 서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은 여름 바람의 장단에 맞춰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다. 가지마다 이파리가 빼곡히 달려있었다. 그 위로는 청설모들이 짝을 맞춰 오르락내리락 곡예를 부렸다. 나무 그늘 아래엔 기숙사 학생들이 삼삼오오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들으며 드디어 찾아온 독일의 여름날을 만끽했다. 그렇지만 나는 온순해진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주는 행복을 만끽할 수 없었다. 6월이 왔다는 것은 곧 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뜻했다. 머리 뒤에 ..

독일 견문록 2023.03.22

10 - 일주일간의 누드사진 여행 (2)

[유명 사진작가와의 만남부터 아를 국제사진전의 인상까지]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셔터 한번 제대로 눌러보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진 수업의 기말 과제는 세 개의 다른 콘셉트로 인물을 주제로 촬영을 한 후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제출일이 코앞에 닥쳐서 쫓기듯 작업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일찌감치 모델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첫 모델은 칠레에서 온 C라는 에라스무스 학생이었다. 까맣고 긴 곱슬머리에 작은 체구, 구릿빛 피부의 C는 평소 수줍은 성격과는 달리 파티에서는 늘 물 만난 물고기 같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영어가 서툴러서 주로 칠레에서 온 학생들이나 멕시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는데, 나와 종종 마주친 적은 있지만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만 ..

독일 견문록 2023.03.21

독일에서 온라인으로 병원 예약하기 - Doctolib

안녕하세요. 비바제인입니다. 오늘은 을 통해 독일에서 병원 예약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힘든 일이지만, 몸도 안 좋은데 몇 시간째 전화를 받지 않는 병원과 신규 환자는 삼 개월 후에나 받겠다고 대답하는 싸늘한 간호사와 입씨름을 하는 것은 정말 곤욕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독일어를 잘 못하는 상태에서 전화로 예약을 잡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https://www.doctolib.de/ Doctolib | Buchen Sie Ihren Termin online bei einem Arzt oder einer Gesundheitsfachkraft Arzttermine einfach online buchen - In wenigen Klick..

Prolog - 마음이 펑하고 터지는 날

[독일 교환학생에서 유학생으로, 그리고 이민자가 되어버린 이야기의 시작] Um zu begreifen, daß der Himmel überall blau ist, braucht man nicht um die Welt zu reisen. - Johann Wolfgang von Goethe-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 요한 볼프강 본 괴테 - 괴테의 말이 맞다. 그 당시 내가 일을 하고 있던 서울의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공허한 그날의 하늘의 색은 더는 푸르지 않았다. 2012년 가을 대학교를 휴학한 지 일 년이 조금 지난 어느 오후, 나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일찌감치 회사로 돌아갔다. 세 번째로 인턴십 생활을 하게 된 회사는 종로에 당당하게 서있..

독일 견문록 202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