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온 새학기의 시작] 삶에 대해서 사색하기에는 묘지만큼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처음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했을 때 주변의 산책할만한 곳을 묻는 나에게 민박집 사장님은 공동묘지를 알려주었다. 순간 한국의 공동묘지가 떠올라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사장님의 표정을 보니 농담은 아닌 듯했다. 그녀는 독일 공동묘지가 '사색을 하기 좋은 곳'이라며 덧붙였다. 다음날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공원으로 향하던 중 문득 호기심이 들어 새벽안개가 채 가시기 묘지로 발길을 향했다. 어젯밤 들었던 설명을 기억해내며 오분쯤 걸어가니 낮은 철문으로 닫혀있는 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왔고 묘지의 낮은 돌담 너머로 조문객들이 몇명 보였다. 녹이 슬어있는 초록색 철문을 손으로 살며시 밀자 문은 삐그덕 소리를 내며 묘지 안쪽으로 열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