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맞은 스물세번째 생일]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기 전 6월 초의 어느 오후 나는 기숙사 방안 창가에 앉아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창 밖에는 여름이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길어진 여름 해와 함께 두 기숙사 건물 사이에 서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은 여름 바람의 장단에 맞춰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다. 가지마다 이파리가 빼곡히 달려있었다. 그 위로는 청설모들이 짝을 맞춰 오르락내리락 곡예를 부렸다. 나무 그늘 아래엔 기숙사 학생들이 삼삼오오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들으며 드디어 찾아온 독일의 여름날을 만끽했다. 그렇지만 나는 온순해진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주는 행복을 만끽할 수 없었다. 6월이 왔다는 것은 곧 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뜻했다. 머리 뒤에 ..